금융 범죄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테러 자금 조달부터 자금세탁, 사기에 이르기까지 금융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죠.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AML(Anti-Money Laundering, 자금세탁방지)과 KYC(Know Your Customer, 고객확인제도) 같은 규제 체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글에서는 AML의 핵심 요소, KYC 프로세스 (CDD와 EDD), 감시목록(Watch-list) 필터링, 의심거래보고(STR), 고액현금거래보고(CTR)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금융 기관이나 핀테크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 또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 AML(자금세탁방지)이란 무엇인가?

자금세탁방지(AML)는 불법적으로 획득한 자금을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 즉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 규정 및 절차의 총체를 말합니다.

자금세탁은 일반적으로 세 단계로 진행됩니다.

자금세탁의 3단계 설명:

  1. 배치(Placement): 불법 자금을 금융 시스템에 최초로 진입시키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마약 판매 수익금을 은행 계좌에 예금하거나 부동산 구매에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2. 다층화(Layering): 자금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복잡한 금융 거래를 수행하는 단계입니다. 여러 계좌나 금융 기관을 통해 자금을 이동시키거나, 해외 송금, 투자, 혹은 자산 구매와 판매를 반복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3. 통합(Integration): 세탁된 자금이 정당한 출처를 가진 것처럼 경제 시스템으로 재진입하는 단계입니다. 이 시점에서 범죄자는 합법적인 사업 수익, 대출 상환 또는 위장 회사를 통한 거래로 위장하여 자금을 사용합니다.

AML 체계의 중요성

AML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2020년 발생한 ‘핀켄 파일(FinCEN Files)’ 스캔들은 이에 대한 좋은 예시입니다. 국제 언론인들의 조사 결과, 세계 최대 은행들이 의심스러운 거래를 감지했음에도 2조 달러 이상의 불법 자금 이동을 허용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AML 체계는 다음과 같은 여러 요소로 구성됩니다:

  • 고객확인제도(KYC) 프로세스
  •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 의심거래보고(STR) 메커니즘
  •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요건
  • 감시 목록 필터링
  • 위험 기반 접근법
  • 직원 교육 프로그램
  • 정기적인 감사 및 평가

 

2. KYC(고객확인제도): CDD와 EDD 이해하기

KYC(Know Your Customer)는 금융 기관이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들의 금융 활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절차입니다. KYC는 AML 프로그램의 기본 요소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주요 단계로 구성됩니다:

KYC 프로세스 모델의 유형

KYC 프로세스는 시점과 목적에 따라 여러 모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초기 KYC(Initial KYC): 고객 관계 시작 시 수행하는 최초의 고객확인 절차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고객의 기본 신원, 위험 프로필, 제품/서비스 이용 목적 등을 확인합니다.
  2. 정기 KYC(Periodic KYC 또는 B 모델): 고객 위험도에 따라 정해진 주기로 수행하는 재확인 절차입니다. 일반적으로 고위험 고객은 1년, 중위험 고객은 2-3년, 저위험 고객은 5년 주기로 검토합니다.
  3. 이벤트 기반 KYC(Event-Driven KYC): 특정 트리거 이벤트(거래 패턴 변화, 주소 변경, 대규모 자금 유입 등)가 발생했을 때 수행하는 검토입니다.
  4. 영구 KYC(Perpetual KYC): 정해진 시점이 아닌 실시간으로 고객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하는 접근법입니다. 이는 최신 기술 트렌드로, 2024-2025년에 많은 금융기관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예: 개인 고객 KYC 프로세스 모델

- 초기 KYC: 계좌 개설 시 주민등록증, 전자서명으로 신원 확인
- B 모델(정기 KYC): 위험도에 따라 1년/3년/5년 주기로 고객정보 재확인
- 이벤트 기반 검토: 해외 송금 한도 증액 요청 시, 주소지 해외 변경 시
- 영구 KYC 요소: 공공데이터 API 연동을 통한 고객 주소, 직업 정보 자동 업데이트

일반 고객확인절차(Customer Due Diligence, CDD)

CDD는 모든 신규 고객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인 확인 과정입니다:

  • 신원 확인: 정부 발행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통한 개인 식별
  • 주소 확인: 공과금 고지서, 임대차 계약서 등을 통한 주소지 증명
  • 거래 목적 및 성격 평가: 계좌 개설 목적, 예상 거래 금액 및 빈도 등 파악
  • 위험 프로필 작성: 고객의 직업, 자금 출처, 사업 활동 등을 바탕으로 위험도 평가

실제 CDD 프로세스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신규 고객 김철수 씨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 합니다.
1. 은행은 김 씨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확인하여 신원을 검증합니다.
2. 최근 3개월 내 발행된 전기요금 고지서로 주소를 확인합니다.
3. 김 씨의 직업(IT 회사 프로그래머)과 월 소득(500만원)을 확인합니다.
4. 계좌 사용 목적(급여 수령 및 일상 지출)과 예상 월간 거래량(입금 500만원, 출금 450만원)을 기록합니다.
5. 위 정보를 바탕으로 김 씨를 '저위험' 고객으로 분류합니다.

강화된 고객확인절차(Enhanced Due Diligence, EDD)

EDD는 고위험으로 분류된 고객에게 적용되는 보다 엄격한 조사 절차입니다:

  • 추가 신원 증명: 여러 형태의 신분증 요구 및 추가 생체 인식 정보
  • 자금 출처에 대한 심층 검증: 자산의 합법적 출처 증명 요구
  • 더 빈번한 계좌 및 거래 검토: 정기적 모니터링 강화
  • 고위험 국가와의 연관성 조사: FATF 고위험 국가 목록 참조
  • PEP(정치적 주요인물) 여부 확인: 공직자 또는 그 가족, 측근인지 확인

EDD가 필요한 고위험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위험 요소 설명 EDD 조치 예시
정치적 주요인물(PEP) 현직 또는 전직 고위 공직자, 그들의 가족 및 측근 추가 신원 증명, 자금 출처 검증, 상급 관리자 승인 요구
고위험 국가 FATF 지정 고위험 국가, 제재 대상국 거래 목적 추가 검증, 현지 은행 관계 조사
현금 집약적 사업 레스토랑, 소매점, 중고차 딜러십 등 현금 흐름 패턴 분석, 예상 매출 대비 입금액 검증
복잡한 소유구조 다층적 기업 구조, 여러 국가에 걸친 소유권 최종 실소유자(UBO) 확인, 복잡한 구조의 사업적 정당성 검증
비대면 거래 직접 만남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관계 추가적인 신원 확인 방법 요구, 초기 거래 제한
비정상적 거래 패턴 설명되지 않는 큰 금액의 거래, 패턴 변화 거래 출처 및 목적에 대한 추가 질의, 추가 문서 요구
사행성 산업 도박, 카지노, 온라인 게임 등 자금세탁방지 정책 검토, 라이센스 검증, 거래 모니터링 강화

KYC 프로세스의 진화

KYC 프로세스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2023-2024년에 주목할 만한 새로운 발전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지털 ID 검증: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한 원격 신원 확인
  2. 영구적 KYC(Perpetual KYC): 정기적 갱신이 아닌 지속적인 실시간 모니터링
  3. AI 기반 위험 평가: 머신러닝을 활용한 고객 프로필 분석
  4. 블록체인 기반 KYC 공유: 금융기관 간 안전한 고객 정보 공유
  5. 통합 고객 식별자(LEI): 기업 고객을 위한 글로벌 표준 식별자 사용 확대

 

3. 감시목록 필터링(Watchlist Filtering)의 실제

감시 목록 필터링은 금융기관이 제재 대상자, 테러리스트, 정치적 주요인물(PEP) 등과 같은 고위험 개인이나 단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주요 감시 목록 유형

  1. 제재 목록:
    • 미국 OFAC(해외자산통제국) SDN(특별지정국적) 목록
    • 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목록
    • EU 제재 목록
    • 국가별 제재 목록(한국의 경우 금융위원회 지정 목록)
  2. 정치적 주요인물(PEPs) 데이터베이스:
    • 전·현직 고위 공직자, 그들의 가족 및 측근
    • 국내 PEP와 외국 PEP 구분
  3. 법 집행 기관 목록:
    • 인터폴 적색 수배자 명단
    • 각국 수사 기관의 수배자 목록
  4. 자체 개발 목록:
    •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식별한 고위험 고객
    • 이전에 거래를 종료한 고객 목록

상업적 감시 목록 제공업체: 월드첵(World-Check)과 경쟁사

금융기관들은 내부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상업적 감시 목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합니다. 이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이 월드첵(World-Check)입니다.

월드첵(World-Check)의 특징:

  • 제공업체: Refinitiv(구 Thomson Reuters)
  • 데이터 규모: 2024년 기준 약 450만 개 이상의 프로필 보유
  • 정보 출처: 공식 기록, 언론 보도, 정부 발표 등 다양한 공개 정보
  • 업데이트 주기: 일일 업데이트 (24시간 내 새로운 정보 반영)
  • 주요 기능:
    • 제재 목록, PEP, 부정적 미디어(Adverse Media) 등 다양한 카테고리 제공
    • 250개 이상 국가의 데이터 포함
    • 2차 연관인물(Secondary Connections) 식별 기능
    • 트랜잭션 필터링 및 실시간 스크리닝 지원
    • API 통합 옵션

월드첵의 활용 사례:

KB국민은행은 월드첵을 활용하여 해외 송금 거래를 실시간으로 스크리닝합니다.
고객이 해외 송금을 요청하면:
1.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월드첵 데이터베이스와 대조
2. PEP, 제재 대상, 부정적 미디어 노출 여부 확인
3. 잠재적 일치 발견 시 알림 생성 및 AML 담당자 검토
4. 일치 수준과 위험도에 따라 거래 처리 여부 결정

주요 경쟁 서비스:

  • Dow Jones Risk & Compliance: 다우존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미디어 모니터링에 강점
  • LexisNexis WorldCompliance: 법률 정보 전문기업의 감시 목록 서비스
  • Accuity/Fircosoft: 금융기관 특화 필터링 솔루션
  • Moody’s Compliance Catalyst: 신용평가사에서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

월드첵 및 유사 서비스의 한계:

  • 높은 구독 비용 (연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 오탐지(False Positive) 발생 가능성
  • 데이터 품질이 원천 정보에 의존
  • 모든 지역에서 동일한 커버리지를 제공하지 않음

감시 목록 필터링 프로세스

Watchlist-filtering-process
감시목록 필터링 프로세스 (Watch-list Filtering Process)

감시 목록 필터링의 실제 사례

감시 목록 필터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시나리오: 국내 은행 A에 해외 송금이 도착했습니다.
송금인: Mohammed Al-Hassan
송금국: 요르단
금액: 50,000 USD

1. 은행의 필터링 시스템이 이름을 감시 목록과 대조합니다.
2. "Mohammed Al-Hassan"과 유사한 이름이 OFAC 목록에서 발견됩니다.
3. 담당자는 1차 검토를 수행합니다:
   - 송금인의 생년월일과 주소를 OFAC 목록의 정보와 비교
   - 추가 신원 정보 요청
4. 검토 결과, 송금인은 제재 대상자와 동명이인일 뿐 실제 제재 대상자가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5. 거래 진행이 승인됩니다.

필터링의 문제점과 해결책

문제점:

  • 부정확한 일치(오탐지/과탐지)
  • 이름 변형 및 번역 문제
  • 부분적/불완전한 데이터
  • 업데이트 지연

해결책:

  • 퍼지 로직 매칭: 철자 및 발음 변형을 고려한 검색
  • 기계학습 알고리즘: 패턴 인식을 통한 정확도 향상
  • 다중 데이터 포인트 검증: 이름 외에 생년월일, 국적, 주소 등 추가 정보 활용
  • 실시간 업데이트: API 연동을 통한 감시 목록 즉시 갱신

 

4. 의심거래보고(STR)의 A to Z

의심거래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STR)는 금융기관이 의심스러운 거래나 활동을 발견했을 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는 문서입니다. 한국에서는 ‘의심거래보고’, 미국에서는 ‘SAR(Suspicious Activity Report)’이라고 부릅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역할과 기능

금융정보분석원(Financial Intelligence Unit, FIU)은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방지를 위한 국가 센터로, 금융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관련 기관에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한국의 경우 금융정보분석원(KoFIU)이 이 역할을 수행합니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주요 기능:

  1. 정보 수집: 금융기관으로부터 의심거래보고(STR)와 고액현금거래보고(CTR)를 접수
  2. 분석: 접수된 보고서와 다른 정보원(경찰, 세관, 조세당국, 해외 FIU 등)의 정보를 종합 분석
  3. 정보 제공: 분석 결과를 검찰, 경찰, 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에 제공하여 수사를 지원
  4. 국제 협력: 에그몬트 그룹(Egmont Group)과 같은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FIU와 정보 교환
  5. 정책 개발: AML/CFT 정책과 규제 프레임워크 개발 지원

한국 금융정보분석원(KoFIU)의 조직 구조:

  • 금융위원회 소속 기관
  • 기획행정실, 분석기획팀, 정보분석1·2·3팀, 심사분석팀, 조사기획팀, 국제협력팀, 개발지원팀 등으로 구성
  • 약 100명 정도의 전문인력 근무

KoFIU의 최근 주요 성과(2023-2024):

- 2023년 STR 접수 건수: 약 98만 건 (전년 대비 15% 증가)
- 법집행기관 정보제공: 약 5,800건
-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강화
-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상호평가 대응
-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에 따른 자금세탁 위험 대응 방안 마련

의심거래의 적색 신호(Red Flags)

의심거래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주요 적색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조화(Structuring): 보고 기준액(한국의 경우 2천만원) 미만으로 금액을 나누어 거래
  2. 급작스러운 패턴 변화: 갑자기 크게 증가한 거래량이나 금액
  3. 비논리적 거래: 고객의 프로필, 사업 성격, 소득 수준과 맞지 않는 거래
  4. 고위험 국가와의 거래: FATF 지정 고위험 국가와의 빈번한 거래
  5. 쉘 컴퍼니 관련: 실질적 사업 활동 없이 자금 이동만 하는 회사와의 거래
  6. 불필요한 복잡성: 정당한 이유 없이 복잡한 거래 구조 사용
  7. 비협조적 태도: 정보 제공을 꺼리거나 허위 정보 제공

STR 작성 및 제출 프로세스

우리나라의 STR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의심거래 탐지: 자동화된 모니터링 시스템 또는 직원의 수동 식별
  2. 초기 검토: AML 담당자가 거래의 의심 요소 검토
  3. 조사 실시: 고객 프로필, 과거 거래 내역, 사업 관계 등 분석
  4. 보고 결정: 의심이 합리적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보고 결정
  5. STR 작성: 법률 요건에 맞춰 필요한 정보 모두 포함
  6. 내부 승인: AML 책임자 또는 준법감시인의 검토 및 승인
  7. 제출: 금융정보분석원(KoFIU)에 온라인으로 제출
  8. 후속 조치: 필요시 추가 정보 제공 및 내부 조치 시행

STR 관련 비밀 누설 금지 의무(Tipping-off 금지)

STR을 제출하는 금융기관 및 그 임직원에게는 엄격한 비밀 누설 금지 의무가 부과됩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Tipping-off 금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밀 누설 금지의 주요 내용:

  1. 법적 근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비밀 누설 등의 금지)
  2. 금지 행위:
    • 고객이나 제3자에게 STR 제출 사실을 알리는 행위
    • STR 제출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행위
    • STR 관련 조사가 진행 중임을 알리는 행위
  3. 위반 시 처벌: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기관경고, 과태료 등)
  4. 예외 상황:
    • 법 집행기관의 정당한 조사에 응하는 경우
    • 동일 금융그룹 내 위험 관리 목적의 정보 공유(단, 명확한 제한 조건 하에)
    • 법률 자문을 구하는 과정에서의 공개

비밀 누설 금지의 실제 사례:

시나리오: 은행 직원 A는 고객 B의 거래가 의심스러워 STR을 제출했습니다.
며칠 후, B가 A에게 자신의 거래가 지연되는 이유를 문의했습니다.

올바른 대응:
A: "거래 검토 과정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표준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잘못된 대응:
A: "고객님의 거래가 의심스러워 의심거래보고를 했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의 확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는 명백한 비밀 누설 금지 위반으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효과적인 STR 작성 요령

잘 작성된 STR은 다음 요소를 포함합니다:

  • 명확한 타임라인: 거래와 관련 활동의 시간 순서
  • 관련자 정보: 관련된 모든 개인과 법인의 상세 정보
  • 거래 세부사항: 금액, 날짜, 출처, 목적지 등
  • 의심 근거: 왜 해당 거래가 의심스러운지 명확한 설명
  • 객관적 사실: 추측이 아닌 관찰된 사실만 기록
  • 관련 문서: 관련 증빙 자료 첨부

의심거래보고의 실제 예시

의심거래 시나리오:
반도체 수입업체로 등록된 A사는 지난 한 달간 다음과 같은 거래 패턴을 보였습니다:
- 평소 월 5-6회, 건당 1-2만 달러 정도의 해외 송금
- 갑자기 2주 동안 매일 1만 달러씩 총 14회, 14만 달러를 이란의 여러 개인계좌로 송금
- 송금 사유를 '컨설팅 비용'으로 기재했으나, 구체적 계약서나 증빙 제출 거부
- 이란은 현재 국제 제재 대상국

STR 작성 포인트:
1. 평소 거래 패턴과의 불일치 강조
2. 구조화 의심 지적(보고 기준 회피 목적으로 분할 송금 가능성)
3. 이란이라는 고위험 국가 관련성 명시
4. 여러 개인계좌를 사용한 비정상적 패턴 지적
5. 증빙 제출 거부라는 비협조적 태도 기록
6. 반도체 업체가 컨설팅 비용으로 송금하는 비논리성 설명

 

5. 고액현금거래보고(CTR)의 이해

고액현금거래보고(Currency Transaction Report, CTR)는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에 대해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한국에서는 ‘고액현금거래보고’라고 하며, 미국에서는 ‘CTR’이라고 부릅니다.

CTR과 STR의 차이점

특성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의심거래보고(STR)
보고 기준 금액 기준(한국: 1천만원 이상) 의심 기준(금액 무관)
의무성 기준 충족 시 자동 보고 의심 판단 시 보고
고객 인지 고객에게 알릴 수 있음 고객에게 알리면 안 됨(Tipping-off 금지)
판단 요소 객관적(금액만) 주관적(의심 요소 분석)
면제 가능성 특정 고객 면제 가능 면제 불가
보고 시기 거래 발생 후 일정 기간 내(한국: 30일 이내) 의심 확인 후 일정 기간 내(한국: 3일 이내)
목적 대규모 현금 흐름 추적 의심스러운 금융 활동 적발

CTR 면제 대상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 고객을 CTR 보고 의무에서 면제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다음과 같은 대상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 상장 기업
  • 금융기관
  • 현금 취급이 빈번한 특정 업종(백화점, 대형마트 등)

면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면제 신청과 금융기관의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CTR의 실제 사례

시나리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 씨가 은행에 방문해 1,500만원의 현금을 입금하려 합니다.

1. 은행 직원은 1천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임을 확인합니다.
2. 김 씨에게 CTR 보고 대상임을 알리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 신원 정보: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 거래 정보: 금액, 거래 목적(편의점 매출)
   - 자금 출처: 편의점 영업 수익
3. 은행은 거래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금융정보분석원에 CTR을 제출합니다.
4. 해당 거래는 김 씨의 사업 성격과 일치하며 특별한 의심 요소가 없으므로 별도의 STR은 제출하지 않습니다.

 

6. AML의 최신 기술 동향

AML 분야는 기술 발전에 따라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4-2025년 주목할 만한 기술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활용

  1. 이상탐지(Anomaly Detection):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을 감지하는 고급 알고리즘
    예시: JP모건은 자체 개발한 AI 시스템을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미세한 패턴 변화를 감지하여 탐지율을 35% 향상시켰습니다.
    
  2. 자연어 처리(NLP): 서류, 이메일, 메시지 등의 텍스트에서 위험 신호 식별
    예시: HSBC는 NLP를 활용하여 고객과의 이메일 통신에서 잠재적 위험 신호를 자동으로 식별합니다.
    
  3. 네트워크 분석: 복잡한 금융 네트워크에서 숨겨진 관계 파악
    예시: 금융정보분석원은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도입하여 겉으로 무관해 보이는 거래자들 간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발견했습니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DLT)

  1. 트랜잭션 추적: 암호화폐 거래를 추적하여 불법 자금 흐름 감시
    예시: 미국 IRS는 특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비트코인 거래를 추적, 대규모 탈세 및 자금세탁 사례를 적발했습니다.
    
  2. 디지털 신원 확인: 블록체인 기반 검증 가능한 디지털 ID 시스템
    예시: 스위스 은행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반 KYC 유틸리티를 구축해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합니다.
    

생체인식 기술

  1. 다중 생체인식: 얼굴, 지문, 음성, 홍채 등 여러 생체 정보를 조합한 인증
    예시: 싱가포르 DBS 은행은 얼굴 인식, 지문 및 음성 인증을 조합한 다중 생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2. 행동 생체인식: 타이핑 패턴, 마우스 움직임 등 행동 특성 분석
    예시: 영국 핀테크 기업들은 사용자의 스마트폰 조작 패턴을 분석하여 본인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1. 스트림 프로세싱: 거래 발생 즉시 분석 수행
    예시: 네덜란드 ING 은행은 Apache Kafka와 같은 스트림 처리 기술을 도입하여 실시간 거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2. 상황 인식 분석: 거래 자체뿐 아니라 전후 상황 및 관련 요소 종합 분석
    예시: 호주 금융정보분석원은 위치 데이터, 디바이스 정보, 거래 이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7. AML 컴플라이언스 Best Practice

AML 규제 준수를 위한 최선의 접근법을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적인 AML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

  1. 명확한 정책과 절차:
    • 문서화된 AML 정책 및 표준운영절차(SOP)
    • 정기적인 정책 검토 및 업데이트
    • 모든 직원이 접근 가능한 정책 문서
  2. 강력한 거버넌스 구조:
    • 이사회 수준의 감독
    • 독립적인 컴플라이언스 부서
    • 명확한 책임과 보고 라인
    • AML 준법감시인(Compliance Officer) 지정
  3. 지속적인 직원 교육:
    • 신규 직원 온보딩 교육
    • 정기적인 리프레시 교육
    • 역할별 맞춤형 교육
    • 최신 수법 및 규제 변화에 대한 업데이트
  4. 위험 기반 접근법:
    • 포괄적인 위험 평가
    • 고위험 영역에 자원 집중
    • 정기적인 위험 재평가

AML 위험 평가 방법론

효과적인 AML 위험 평가를 위한 구조화된 접근법입니다:

위험 평가 과정의 각 단계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위험 요소 식별:
    • 고객 위험: 고위험 고객 유형, PEP 등
    • 상품 위험: 프라이빗 뱅킹, 환전, 국제 송금 등
    • 채널 위험: 비대면 서비스, 제3자 중개인 등
    • 지역 위험: 고위험 국가, 제재 대상 지역 등
  2. 고유 위험 평가:
    • 위험 요소별 점수 할당(예: 낮음=1, 중간=2, 높음=3)
    • 가중치 적용(중요도에 따라)
    • 총 고유 위험 점수 계산
  3. 통제 효과성 평가:
    • 기존 통제 수단 목록화
    • 각 통제의 디자인 적절성 평가
    • 각 통제의 운영 효과성 평가
    • 통제 갭 식별
  4. 잔여 위험 계산: 고유 위험 – 통제 효과 = 잔여 위험
  5. 위험 감소 조치 시행:
    • 허용 불가능한 잔여 위험에 대한 조치 계획
    • 추가 통제 또는 기존 통제 강화
    • 자원 할당 우선순위 설정
  6. 지속적 모니터링:
    • 핵심 위험 지표(KRI) 설정
    • 임계값 설정 및 모니터링
    • 정기적인 검토 및 업데이트

컴플라이언스 문화 구축

규제 준수는 단순한 규칙 준수를 넘어 조직 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1. 최고 경영진의 약속(Tone at the Top):
    • 경영진의 명확한 메시지와 행동
    •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자원 할당
    • 윤리적 의사결정의 모범 제시
  2. 인센티브 구조 조정:
    • 컴플라이언스 목표를 성과 평가에 포함
    • 위험 관리와 윤리적 행동에 대한 보상
    •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 지속가능성 강조
  3. 내부 보고 채널:
    • 안전한 내부고발 시스템
    • 보복에 대한 보호
    • 우려 사항에 대한 신속한 대응

 

8. AML의 해결과제와 트랜드

AML 분야가 직면한 주요 과제와 향후 발전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AML의 주요 과제

  1. 오탐지/과탐지 문제: 현재 AML 시스템은 평균적으로 95% 이상의 오탐지율을 보이고 있어, 많은 인력과 시간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고 있습니다.
  2. 규제 복잡성과 국가 간 차이: 전 세계적으로 200개 이상의 AML 관련 규제가 존재하며, 국가마다 요구사항이 다릅니다. 다국적 금융기관은 이러한 복잡성 속에서 운영해야 합니다.
  3. 새로운 금융 기술과 서비스: 디지털 뱅킹, 핀테크, 암호화폐 등 새로운 금융 서비스는 기존 AML 체계에 도전합니다.
  4. 데이터 품질과 관리: 불완전하거나 파편화된 데이터는 효과적인 AML 프로그램의 주요 장애물입니다.
  5. 리소스 제약: 많은 금융기관, 특히 중소규모 기관들은 효과적인 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리소스가 부족합니다.

AML의 미래 전망

  1. 통합 AML 솔루션: KYC, 거래 모니터링, 제재 필터링 등을 통합한 엔드투엔드 솔루션이 표준이 될 것입니다.
  2. 협업적 접근: 금융기관 간, 그리고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한 정보 공유와 협력이 증가할 것입니다.
  3. 규제 기술(RegTech)의 발전: 규제 준수를 자동화하고 간소화하는 특화된 기술 솔루션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4. 국제 표준화: 국가 간 AML 규제의 조화와 표준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5. 위험 기반 접근법의 심화: ‘모든 것을 확인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2025년 주목할 AML 트렌드

  1. 생성형 AI의 활용: 고급 분석 및 패턴 인식을 위한 생성형 AI 도입
  2. 데이터 레이크 아키텍처: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 활용을 위한 데이터 레이크 구축
  3. 디지털 ID 프레임워크: 국가 및 기업 간 호환 가능한 디지털 ID 시스템
  4.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BDC 도입에 따른 새로운 AML 체계 필요
  5. P2P 평가 모델: 전통적인 중앙집중식 위험 평가에서 P2P 평가 모델로 전환

 

이상으로 AML(자금세탁방지), KYC(CDD,EDD) 프로세스 부터 STR, CTR까지 전체적인 개념과 내용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있더라도 완벽히 전체 를 이해하려면 각각의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시스템과 코어뱅킹 시스템과의 연동, 거래처리와 STR rule, CTR rule 등의 경험이 있기는 해야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개념과 내용을 이해하면 각자의 기관에서 업무할 때, 훨씬더 수월하고 효율이 날 것으로 기대하며, 이것으로 이번 포스트를 마쳐보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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